평양에 살다가 온 가족이 함경북도 경성으로 추방당했다. 배급이 끊겼다. 돈 벌러 간다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았다. 친척집에 먹을 것을 얻으러 간 어머니마저 돌아오지 않았다. 홀로 남겨진 열두 살 나는 꽃제비(구걸하는 아이)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버텼다. 그러기를 4년, 남한에 간 아버지와 기적처럼 연락이 닿았다. 아버지가 보낸 사람을 따라 중국을 거쳐 남한에 들어왔다.영어는 남한에 와서 말 그대로 처음 '봤다'. 알파벳이 낙서인지 글자인지도 알지 못했다. 학교 영어시험에선 개교 이래 처음이라는 '0점'을 받았다. 말씨도 다르고 행동...